우리나라 근현대사에서 일제 강점기 시대는 우리의 정신, 물질, 언어, 문화 등 많은 영향을 끼친 시대이다. 특히 매일 쓰고 말하는 언어적인 부분이 많은 변화를 겪었고 그로 인해 일본어는 우리말에 많이 스며들어왔다. 지금은 많이 없어졌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도 모르게 일상 속에서 살아있는 일본어들이 제법 많다.
생활에서 자주 쓰고 있는 일본말과 뜻을 알아보자.
- 가라(무늬) : 진짜가 아닌 것을 말할 때 주로 쓰인다. 예를 들면 교통사고 후 다친 곳이 없는데 보험금을 노리고 병원에 누워 환자 인척 하는 모습을 '가라 환자' 또는 '나이롱환자'라고 한다. 인테리어나 의상 분야에서도 가라라는 말을 쓰는데 바탕, 무늬라는 뜻으로 사용한다.
- 가라오케(무인오케스트라) : 가라오케는 일본 사람들이 만든 말이다. 가짜라는 뜻의 '가라'와 영어 '오케스트라'를 합쳐서 만든 합성어이다. 가짜 오케스트라, 즉 무인 오케스트라라는 뜻이다. (노래방, 가요반주기)
지금의 가라오케의 뜻은 노래방과는 조금 다른 영업 형태를 가리키는 언어로 변화됐다. 압구정, 청담동등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술집의 한 형태로 의미가 변형됐다.
- 가마니(볏짚 용기) : 가마니는 볏짚을 추린 후 날과 씨로 엮어 만든 자루를 가리키는데, 순우리말인 줄 아는 사람들이 많다. 가마니는 일본어 '가마스'에서 유래한 말이다. 가마 스는 틈이 나지 않도록 끼우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 가방 : 국어사전에선 '가방'을 물건을 넣어 들거나 메고 다닐 수 있게 만든 용구. 가죽, 천, 비닐 따위로 만든다라고 규정되어있고 네덜란드어 카바스에서 유래해 일본어 가반으로 변한 후 한국어 가방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 가오(체면) : 보통 누군가를 치켜세워 줄 때 '가오 세워준다' 혹은 남자가 체면 따질 때 '가오가 있지'라는 말을 한다. 일본말로 '가오'는 원래 '얼굴'이란 뜻인데 우리나라에 들어와 '체면', '폼'이라는 의미로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가께모찌(겹치기) : 갈게 찹쌀떡은 '겹치기', '겸임'이란 뜻으로 일본어 가케 모치를 발음만 다르게 하고 뜻은 그대로 가져다 쓰고 있다. 연예계와 기자들 사이에서 많이 쓰는 용어이다.
- 간발의 차이(아주 작은 차이) : 간발의 차이는 일본식 한자어 간 하쯔에서 유래했는데 일본 사람들이 중국의 사자성어 간불용발에서 간발을 가져와 간발의 차이란 말을 만들었다. 간불용발은 '머리카락 하나 들어갈 틈이 없다'란 뜻이다.
즉 간발의 차이라는 말은 글자 그대로 머리카락 하나만큼의 차이라는 의미이다.
- 간수(교도관) : 흔히 죄수들을 관리. 감독하는 공무원을 간수라고 하는데 일제 강점기 시대에 일본인들이 쓰던 말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다. 우리말 중 '물건을 잘 간수해라' 할 때 도 간수라는 말을 쓴느데 이것도 일본인들이 우리나라 죄수들을 인격체로 보지 않고 물건으로 취급한 데서 유래했다.
- 간지(멋) : 간지는 '느낌'이라는 뜻의 일본말이다. 우리나라에선 '멋'이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는데 영화, 드라마, 패션업계에서 먼저 쓰였고 특히 영상 제작에서 '간지 난다'라는 표현은 제작자가 의도한 느낌이 살아난다는 뜻이다. 그 말을 tv에 나오는 연예인들이 자주 쓰면서 대중적으로 쓰이게 되었다.
- 겐세이(고의적인 방해) : 고의로 방해하다 / 견제하다 라는 뜻의 겐세이는 일본말 겐세이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처음엔 당구용어로 많이 쓰였는데 일반 생활에서까지 사용하게 된 말이다. 당구에서 겐세이는 상대가 치는 걸 지능적으로 견제, 방해하는 것을 말하는 은어이다.
- 고구마 : 의외로 고구마도 한국말이 아닌 일본말에서 유래했다. 조선 순조 때 한글학자이며 언문지의 저자인 유희가 여러 가지 사물들을 한글로 설명한 책 '물 명고'에 '고금아'라는 말이 나온다. 고구마를 한자로 '효자마'라고 하는데 효자마를 대마도 사람들이 '고 오꼬 오이모'라고 읽었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를 '고 코마' 또는 '고쿠마'로 변형하여 부르다가 '고금아'를 거쳐 '고구마'로 정착됐다.
- 고도리(다섯 마리의 새) : 고도리는 화투에서 많이 쓰는 용어이다. 국어사전에서는 고도리를 고스톱을 일상적으로 이르는 말, 고스톱에서 매조, 흑싸리, 공산의 열 끗짜리 석장으로 이루어지는 약'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고도리라는 말은 일본어 '고'와 '도리'의 합성어인데 '고'는 다섯이라는 뜻이고 '도리'는 새를 의미하는 '토리'가 변한 것이다. 즉 고도리는 '다섯 마리의 새'라는 뜻이다.
- 꼬붕(부하) : 부하는 불량배나 조직폭력배 같은 집단에서 부하나 하수인을 부를 때 쓰는 속어이다. 일본어 부하를 그대로 가져와 쓰는 경우인데, 일본어의 원래 뜻도 '부하' '하수인' '종'을 의미한다. 원래 일본에서 부하이란 말은 '양자' '수양아들'이란 뜻이었는데 상하관계가 확실한 야쿠자에서 보스(두목)와 부하(부하)를 서로 부모 자식 관계처럼 만들기 위해 사용하면서 바뀌게 되었다.
- 곤약(우무) : 우무는 구약나물 가루를 물과 섞어 숙성시킨 후 만든 말랑말랑한 식재료인데 일본 사람들이 그들의 말 '고냐쿠'를 한자로 '우무'이라고 쓴 것이다. 그걸 우리가 그대로 쓰고 있다.
- 나가리(무효) : 화투용어로 원래는 일본어 나가레가 한국식으로 변형된 말이다. 나가레는 '흐르다'라는 의미인 '나가레루'에서 나온 말로 '흘러 보내자'라는 말이다. 화투 외에도 일상적으로 무산, 무효의 의미로 많이 쓰이고 있다.
- 나와바리(구역) : 자신의 구역을 설정하다는 뜻의 숙어, 넓게 보면 개들이 소변을 뿌리고 다니는 행위도 일본어로 '구역'라고 한다. 원래 일본에서 의미는 건축에 관련됐으며 건축물을 시공하기 전 미리 건설 지역을 선정해 구역을 나누는 '측지 작업'을 이르는 말이다. 일본에서도 양쪽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 낭만(감정) : 낭만은 낭만주의를 가리키는 '로망(romance)'를 일본의 나쓰메 소세키가 일본어로 번역하면서 그 발음이 비슷한 '낭만'이라고 부른 일본식 한자어이다. 낭만이라는 말은 원래 있었지만 본래의 뜻은 '제멋대로 하다'라는 뜻이다.
- 냄비 : 일본어인 '나베'의 옛 발음인 '남베'가 우리나라에서 '냄비'로 변형되었다가 '냄비'가 되었다. 1988년 표준어 개정 당시 '냄비'를 표준으로 삼은 것도 옛 표기에서 일본어의 잔재가 연상됐기 때문이다.
- 난닝구(속옷) : 나시, 메리야스, 러닝셔츠로 불린다. 모두 일본말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일본 젊은 층에서는 민소매, 나시라는 표현으로 속옷을 지칭하지 않는다. 러닝셔츠는 running러닝의 일본식 발음인 '러닝셔츠'가 우리나라로 들어오면서 바뀌었다. 메리야스는 포르투갈어 meias 또는 스페인어 medias의 일본어 음역에서 전해진 외래어인데 원래 뜻은 양말이지만 '편성물'이라는 특정한 직조방법을 가리키는 의미로 바뀌었고 한국에서는 다시 민소매 러닝을 가리키는 뜻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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