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반도체'
1970년대까지 반도체 시장은 미국의 IBM, Texas Instruments, 모토로라, 인텔 등의 기업들이 막강한 주도권을 가지고 있었고 필립스, 지멘스의 유럽과 NEC, 도시바, 히타치의 일본이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일본 기업들의 반도체 시장 독주가 이어졌고 1990년대 중반부터 미국이 다시 주도권을 가져오고 2000년대부터 한국, 대만의 기업들이 반도체 시장의 점유율을 높여가면서 점차 일본의 반도체 기업들은 자리를 잃어갔다.
1988년 전세계 반도체 수요의 50%를 담당하던 일본의 반도체 산업은 미/중간 경제대립 등의 여파로 반도체 부족 및 공급망 문제가 시작된 작년부터 자국 내 반도체 조달 및 수급을 위해 일본 기업들의 육성 부분은 접어두고 건설비용의 절반에 해당하는 4천억 엔(약 4조 원)을 지원하며 대만의 TSMC 구마모토 공장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일본은 현재 산업에 정부의 지원을 통해 육성하는 옛날 방식으로 반도체 산업을 일으키려는 것이 아닌,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첨단반도체를 일본 자국 내 생산으로 키워 자동차 등의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다른 산업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공급하는 '경제안보'의 일환이다.
규슈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반도체 공장이 모여있는데 특히 하라미즈 지역에는 소니 반도체 설루션, 도쿄일렉트론 같은 반도체 대기업 공장들이 모여있다. 반도체 제조 특성상 깨끗한 물이 필요한 까닭에 지명부터 깨끗한 물의 원천이란 뜻인 하라 미즈가 반도체 기업 클러스터가 된 것이다.
현재 구마모토에 짓고있는 TSMC 공장부지는 일본의 소니와 TSMC가 합작해 짓고 있는 곳으로 공장이 완공되면 2024년 말부터 생산을 시작한다. 22~28 나노공정으로 월 4만 5,000장의 300mm 웨이퍼(반도체의 얇은 판)를 생산한다. 소니는 이 공장에 5억 달러를 투자했고, 일본 정부는 건설비용의 절반을 지원한다.
최근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에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기로 하면서 해외 유명 기업의 공장을 유치하는 경우 국가적 지원 및 지자체의 지원도 상당히 크기 때문에 반도체 대기업들은 해외 각국에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TSMC 공장 건설은 성격이 조금 다르다. TSMC 공장 설립은 사실상 지역발전과는 무관한 일본 정부차원의 주도이고, 반도체 수급문제로 인해 자국 내 공급거점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적 대응으로 볼 수 있다.
# 일본은 다시 반도체 왕국으로 가는 것인가??
TSMC 공장 유치가 현재 당장 필요한 반도체 국내 조달 목적을 넘어 일본이 다시 반도체산업의 경쟁력을 가져올 수 있을지가 애매하고 일본 정부가 TSMC 공장 유치한 것 자체가 일본의 반도체 기업 육성에 손을 뗀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는 현재 5나노 공정 이하의 최첨단 반도체 제조를 경쟁하면서 차세대 반도체 시장의 석권을 위해 나아가고 있지만 일본이 만들고 있는 건 40 나노급이다.
앞으로 자율주행등의 자동차 산업 발전에 따라 반도체가 많이 필요로 해지는데 일본의 기업들은 생산을 하지 못해 일단 22 나노급 반도체를 일본에서 생산해 바로 공급할 수 있도록 TSMC 공장 유치를 진행한 것이라고 보인다.
일본의 유명 자동차 반도체기업인 '르네사스'는 자동차 반도체를 설계/생산하는 유명한 기업이지만 제조는 40 나노 공정이기 때문에 앞으로 나올 20 나노 제품은 TSMC 공장에서 위탁 제조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작년 전세계적으로 반도체 부족 현상으로 인해 높은 수요에도 불구하고 도요타 등 일본의 자동차 기업들은 생산량을 줄여야 했고,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 5 신제품 게임기를 출시했지만 1년이 지나고도 물량이 부족해 추첨을 통해 판매하는 실정이다. 때문에 일본 정부가 자국 내 반도체 기업들의 육성보다 반도체 수요 부족으로 인한 자국 기업들의 생산량을 재고시키기 위한 요량으로 짓는 TSMC 공장의 설립 목적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이러한 관점들로 보아 반도체 시장에서 점유율을 잃어버린 일본의 기업들이 향후 반도체 시장에서 다시 예전만큼의 점유율을 차지하기 쉽지 않아보이기 때문에, 어쩌면 해외 반도체 기업들의 공장 건립을 자국으로 유치시켜 일본 기업들의 산업 유지 및 기업발전의 목적으로 탈바꿈하려 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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